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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정보/정보 및 뉴스

중고차 시장에서 중고차를 사지 마라?

나를 광고하라
시장의 딜레마

중고차 시장에서 중고차를 사지 마라?

컴퓨터를 다루는 데도 컴맹이 있듯이, 자동차를 다루는 데도 숙맥이 있다. 나 역시 자동차에 관한
한 숙맥에 가깝다. 언젠가 운전 중에 시동이 꺼진 적이 있었는데, 자동차를 팽개치고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자동차가 정지한 곳은 고속도로 터널 안이어서 갓길조차 없었고,
뒤편에 세워놓은 삼각대는 달려오는 자동차에 의해 부서지고 말았다. 퇴근시간에 꼬리를 물고 달
려오는 자동차들은 아슬아슬하게 내 곁을 비켜가며 온갖 욕설과 비난을 퍼부어댔다. 퇴근시간에
차로 하나를 완전히 막고 있으니 운전자들의 불만을 충분히 이해할 만도 했다.

하지만 어쩌란 말인가? 이럴 때는 다른 운전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게 상책이다. 설령 눈이 마
주치더라도 상대방의 동정과 연민을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애처로운 표정을 지어야 한다. 내 표
정은 이렇게 말한다. ‘이건 제가 의도한 상황이 아닙니다. 이 빌어먹을 고물차 때문입니다. 이 상
황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당장 차를 바꾸지요. 용서하세요.’

이후에도 가끔씩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대개 사소한 실수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만,
숙맥들은 일단 자동차 보닛부터 열고 본다. 물론 보닛 안을 살펴봐도 아무 것도 모른다. 하지만
숙맥들은 자신이 숙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한참 동안 보닛 안을 살펴본 후 뭔가 알았
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다음 여유 있게 보닛을 닫고는 휴대폰을 꺼내 버튼을 누른 후 이
렇게 말한다.

"보험회사죠? 시동이 안 걸리는 데 어떻게 해야 하죠?”

당신에게 이런 경험이 없다면 적어도 숙맥은 아니다. 어쨌든 당신도 고물 자동차 때문에 난감한
상황에 처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당신이 그런 상황에 처하여 중고 자동차를 새로 장만하기로 했다고 하자. 중고 자동차를 사기 위
해 매장을 찾아가면, 중개인은 마당 한쪽에 가득 주차해놓은 자동차들을 보여주며 품질에 비해
매우 싼 값에 나온 차들이라고 설명할 것이다.

당신은 자동차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번지르르한 겉모습만 보아서는 어느 자동차가 좋은 차인
지 알 수 없다.
중개상들은 중고차를 사들인 후 새로 페인트칠을 하고, 말끔하게 세차를 하고, 군데군데 나 있는
흠결까지 깨끗하게 손을 본다. 시동을 걸어보아도 엔진 소리만 듣고는 중고차의 상태를 확인할
수 없다. 당신이 망설이고 있을 때, 중개상이 말한다.

“엔진 소리 끝내주죠?”

도대체 뭐가 끝내준다는 말인가. 아무 것도 모르는데.
이때 당신은 갑자기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만약 지금 고른 자동차가 가격에 비해 좋은 품질을 갖
고 있다면, 중고 자동차 주인은 왜 그 가격에 중개상에게 팔았을까?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George A Akerlof)는 1970년 <레몬시장 (The
Markets for Lemons)〉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런 의문에 대답을 시도함으로써 2001년 노벨 경제
학상을 수상했다.
미국 중고자동차 시장에서는 결함이 있는 차를 ‘레몬(lemon)’으로분류하고, 품질이 좋은 중고차
를 ‘복숭아(peach)’로 분류한다.

레몬은 향도 좋고 빛깔도 곱지만 먹기엔 너무 시다. 반면 복숭아는 부스스한 겉모양에 비해 맛이
좋다. 레몬은 일종의 ‘빛 좋은 개살구’인 셈이다.

애컬로프의 레몬 원리를 살펴보자. 중고차 시장에서는 차를 팔려는 사람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
다. 차를 사려는 사람은 그 차가 몇 번 사고가 났었는지, 어느 부분에 결함이 있는지를 전혀 알 수
없다. 따라서 자칫 차를 구입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은 더 이상 중고차 시
장을 찾지 않고 아는 사람을 통해 결함이 없는 중고차를 사려 할 것이다. 설령 중고차 시장을 찾
는다.

하더라도 무조건 가격을 낮추고자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좋은 차를 팔려는 사람도 중고차 시장
에서 제값을 받 못하기 때문에 아는 사람을 통해 팔려고 든다. 결국 중고차 시장에서 복숭아는 사
라지고 레몬만이 판을 치게 된다.

이렇게 한쪽만이 정보를 알고 있는 경우를 ‘정보의 비대칭성’이라고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시장에서는 품질이 낮은 상품이 선택되는 왜곡 현상이 일어난다. 어떤 중고차가 레몬일 확
률과 복숭아일 확률이 각각 50%라고 가정하자. 판매자는 그 차가 레몬인지 복숭아인지 알고 있
다. 그래서 레몬인 경우 같은 차종이 평균적으로 받고 있는 가격에 팔려고 하겠지만, 복숭아는 좀
더 높은 가격에 팔려고 할 것이다. 물론 구매자는 레몬인지 복숭아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설령
좋은 차라고 하더라도 실패를 줄이기 위해 평균가격에 사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판매자가 좋은 차를 소개하더라도 구매자는 가격을 자꾸 깎
으려 한다. 따라서 판매자는 좋은 차를 팔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반면 구매자는 중
개상이 좋은 차를 내놓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무조건 가격을 깎으려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판
매자가 좋은 차를 그 가격에 팔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가 구입하는 것은 결함이 있는 레몬
카이고, 중고차 시장에 좋은 차는 남아 있지 않게 된다.

당신이 찾아간 사람이 정직한 중개상이라도 마찬가지이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판매자가 정직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그가 요구하는 액수에 거품이 있다고 인식한다. 정직
한 판매자 역시 판매자를 속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책정한 가격에서 양보하지 않을 것
이다. 이렇게 되면 정직한 판매자가 내놓은 좋은 차도 팔리지 않는다. 정직한 판매자는 결국 중고
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고, 정직하지 못한 판매자들만 남게 된다. 중고차 시장에 남는 것은
실제 가치보다 값이 비싼 레몬 카들 뿐이다.

애컬로프 교수의 결론은 기존의 경제학 이론이 가정했던 시장 참여자들의 완전한 정보 공유가 현
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완전한 정보의 유통을 가정하지 않으면 시장가격
은 균형에 도달하지 못한다.

왜 비싼 광고를 할까?

앞의 연구 결과가 사실이라면, 중고차 매매시장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
신이 중고차를 사기 위해 찾아간 중개상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스탠포드대학의 마이클 스펜스(Michael Spence) 교수와 컬럼비아대학의 조지
프 E.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 교수가 제시했다. 두 사람은 그 공로로 2001년 애컬로프 교
수와 함께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두 사람이 제시한 해결책은 시장에서는 정보를 가진 사람이 정보를 제공하고, 정보가 없는 사람
은 스스로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는 것이다. 참으로 간단한 논리이다. 좀 더 알기 쉽게 말하자면,
중고차 판매자는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 자신에 대한 정보를 고객들에게 제공한다. 그는
중고차 판매장을 대형화하고 쇼룸을 멋지게 꾸민다. 즉 그는 한 번 중고차를 팔고 도망칠 사람이
아니라 오랫동안 거래해도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광고하는 것이다. 반면 정직하지 않은 판매자
는 쇼룸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없다. 고객을 속인다는 소문이 나면 재빨리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중개상은 광고효과를 최대한 활용한 셈이 된다. 그렇다면 광고는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가? 당신이 경험했음직한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자동차를 몰고 한적한 도로를 달리다 보면, 새벽 일찍 길가에 서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사람이 나타나기 전에 도로가에는 반드시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바로
‘비싸게 사서 싸게 판다’는 중고차 매매 광고이다.

비싸게 사서 싸게 판다는 것은 물론 거짓말이다. 당신 역시 그런 광고에는 전혀 신뢰감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출근하는 길에 하루도 빠짐없이 그 사람이 나타나 인사를 한다면 생각이 약간 달
라질 것이다. 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당신의 출근길을 지킨다. 잠시 신호등 앞에서 차가 서기
라도 하면, 그는 재빨리 달려와 창문을 두드린 후 자신의 명함을 차 안에 던져 넣는다. 만일 한 달
동안 똑같은 모습을 목격했다면, 당신은 그에게 중고차를 사고 싶어질 것이다. 그가 광고한 것은
‘비싸게 사서 싸게 판다’는 문구가 아니라 자신의 성실성과 서비스 정신이다.

당신이 찾아간 중개상이 대형 매장을 갖추고, 근사한 사무실에 앉아 있다면 그에 대한 신뢰는 더
욱 깊어질 것이다. 만약 그가 건물도 없는 공터에 자동차 몇 대 세워놓고, 간이 의자에 앉아 부채
바람을 날리고 있다면, 당신은 그에게 아무런 믿음도 갖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정보이다. 대형매장을 갖고 있다는 것은 고객의 손해에 대해 배상할 수 있을 만큼 충
분한 자금력이 있으며, 이곳에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에 사기를 치고 도망갈 염려가 없다는 것을
당신에게 알려준다.

은행이 근사한 건물을 임대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대개 은행 지점들은 그 동네의 요지에 위치
해있는데, 이는 비싼 임대료를 충분히 감당할 여력이 있으므로 우리 은행은 망하지 않는다는 사
실을 광고하는 것이다. 금방 망해 보일 것 같은 은행에 돈을 맡기는 바보는 없다. 당신이 좌판에
서 물건을 구입하기보다는 어엿한 상점에서 구매하기를 원하는 것도 이런 심리 때문이다.

광고는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장기적인 투자이다. 비싼 돈을 지불하는 광고는 소비자들에
게 높은 품질의 제품을 계속 생산할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사람들이 잘 알려진 브랜드를 선호하
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잘 알려진 브랜드는 값이 비싸다. 브랜드 유지비용, 즉 광고료가 가격에 포
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은 품질에 대한 확신을 갖
기 때문이다. 비싼 광고비용을 지불할 정도의 기업이라면, 품질도 그만큼 좋을 것이라는 믿음이
작용하는 것이다.

정직하지 못한 기업의 경우를 보자. 이 기업은 겉모양만 명품을 흉내 내어 싼 값에 시장에 내놓는
다. 소비자들은 이 기업의 전략에 잠시 속을 수는 있지만, 반복해서 속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이
기업은 단기간에 가짜 제품으로 돈을 번 후, 이미지가 나빠지면 시장에서 즉시 퇴각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런 기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싼 광고를 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홍보 전단지나 값
싼 매체에 반짝 광고를 하고는 수익을 챙긴 후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반면 장기적인 전략을 채택한 기업은 장기적으로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
받을 때까지 장기간에 걸쳐 수익을 회수한다. 장기간에 걸쳐 신뢰를 얻으려면 소비자들이 그 기
업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갖기 않아야 한다. 중고차 중개상도 마찬가지이다. 소비자들이 중고차
중개상의 미래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면, 그는 사업을 장기적으로 영위할 수 없으며 투자도 할
수 없다. 따라서 광고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보증금을 공탁하는 행위와 같다.

마이클 스펜스와 조지프 E. 스티글리츠가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시장에서 해결된다고 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시장에는 품질과 관련하여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주고받는 신호 메커니즘이 형
성되어 있다. 소비자 역시 비용을 들여 정보를 탐색한다. 신문과 뉴스를 보고, 인터넷을 검색하
며, 광고를 유심히 살핀다. 소비자는 자신이 치른 탐색비용만큼 믿을 만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
다.

기업은 이 사실을 알기 때문에 정보전달에 집중한다. 물론 상대방에게 신호를 보내는 데는 비싼
비용이 든다.
하지만 인간뿐 아니라 동물들도 많은 비용을 치르고 자신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 아프리카 영
양들은 포식자가 접근하면 그 자리에서 껑충껑충 뛰어오른다. 사실 포식자가 접근할 때 영양은
빨리 도망치는 게 상책이다.
영양들이 재빨리 도망치지 않고 사자를 우롱하듯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것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
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난 무섭지 않아. 네가 나를 향해 달려올 때 도망쳐도 늦지 않거든. 나를 봐. 이렇게 잘 뛰잖아. 올
테면 와봐. 하지만 나를 선택하면 헛수고를 하는 거야. 저쪽을 봐. 빌빌거리는 놈들도 많잖아.”
영양은 자신의 건강을 사자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과시적인 광고를 하는 것이다.

공작새 역시 마찬가지이다. 수컷 공작에게 화려하고 커다란 꼬리는 엄청난 핸디캡이다. 꼬리를
펼쳐 보이는 동안 포식자에게 무방비로 노출되어 습격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큰 꼬리를 매단
채 도망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컷 공작이 무겁고 거추장스런 꼬리를
달고 다니는 것은 암컷에게 광고하기 위해서다. 즉 수컷 공작은 암컷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이다.

“내 꼬리가 제일 크고, 아름답지? 난 이런 꼬리를 가지고도 적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살아남았어.
어때, 믿음이 가지? 내 아이를 낳아주지 않을래?”

동물들은 목숨을 담보로 자신을 광고하지만, 기업은 엄청난 돈을 들여 광고한다. 은행이나 대기
업은 임대료가 가장 비싼 건물에 입주하고, 제조업체는 유명 스타에게 고가의 모델료를 지불한
다. 수컷 공작의 꼬리가 생존에는 불리하지만 자손을 남기는 데 도움이 되는 것처럼, 광고비용도
기업의 수익구조에는 악영향을 미치지만 장기적으로는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기업의 입장
에서 보면 광고는 필요악인 셈이다.

광고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실패의 확률을 줄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싼 광고는 경쟁을 억제
하는 역할을 한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광고비용이 없으면 시장에 진입하는 데 어
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결국 승리하는 것은 자본이다. 그래서 많은 우량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
납품을 하면서 근근이 연명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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